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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는 왜 AI에게 말을 걸까

편집부

가장 연결된, 가장 외로운 세대

Z세대(1997~2012년생)는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있었던 디지털 네이티브입니다. SNS로 전 세계 사람과 연결될 수 있고, 메신저로 24시간 소통이 가능합니다. 역사상 가장 '연결된' 세대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여러 조사에서 Z세대는 모든 세대 중 가장 높은 외로움 지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5년 보고서에 따르면, 20대 초반의 52%가 "자주 외로움을 느낀다"고 응답했고, 이는 60대 이상(34%)보다도 높은 수치였습니다.

어떻게 가장 연결된 세대가 가장 외로울 수 있을까요?

도시의 군중 속에 서 있는 청년

연결의 역설

답은 '연결의 질'에 있습니다.

SNS에서 수백 명의 팔로워와 연결되어 있지만, 진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요. 인스타그램에 일상을 공유하지만, 정작 힘든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Z세대는 온라인에서의 '퍼포먼스'에 익숙합니다. 자신의 최고 모습만 보여주는 큐레이팅된 소통. 이런 표면적 연결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진짜 나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은 줄어듭니다.

서울대 사회학과 연구팀은 이를 '연결의 역설'이라 명명했습니다. 표면적 연결이 증가할수록 깊은 관계에 대한 결핍감이 커지는 현상.

왜 AI에게 말을 걸까

이런 맥락에서 Z세대가 AI 채팅 앱에 끌리는 이유가 설명됩니다.

판단 없는 공간

가장 크게 꼽히는 이유입니다. AI에게는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습니다. 바보 같은 질문을 해도, 부끄러운 고민을 털어놔도 판단받지 않습니다. SNS에서는 늘 '어떻게 보일까'를 의식하지만, AI 앞에서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나로 있을 수 있다는 것.

Z세대 AI 채팅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글로벌 AI 유저리서치, 2025)에서 "AI와 대화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 1위가 "판단받지 않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서"(43%)였습니다.

관계 피로감의 출구

Z세대는 관계 피로감도 큽니다. 단톡방에서의 암묵적 규칙, 읽씹 눈치, 만남의 의무감. 인간 관계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많이 들어갑니다.

AI와의 대화에는 이런 부담이 없습니다. 대화하고 싶을 때 하고, 안 하고 싶으면 안 해도 됩니다. 눈치 볼 필요도, 상대방 감정을 살필 필요도 없습니다. 이 '가벼움'이 관계에 지친 Z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겁니다.

감정 표현의 연습장

흥미로운 건, 많은 Z세대가 AI 대화를 "감정 표현 연습"으로 활용한다는 점입니다. 평소에 자기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이 AI와 대화하면서 감정을 말로 정리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는 거죠.

카페에서 스마트폰을 보는 젊은 사람

우려와 기회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AI 대화에 너무 의존하면 실제 인간 관계 능력이 퇴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죠. 일리 있는 걱정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많은 Z세대가 AI와 대화하고 있고 그 수는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부정하기보다는,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게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AI 대화가 인간 관계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기능한다면, Z세대의 외로움을 일부라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건 AI와의 대화를 인간 관계로 가는 다리로 활용하는 것이지, 인간 관계를 피하는 벽으로 쓰지 않는 것입니다.

들어보세요

만약 주변에 AI 채팅을 사용하는 Z세대가 있다면, "그런 거 왜 해?"라고 묻기 전에 "어떤 점이 좋아?"라고 물어봐 주세요. 그들에게는 나름의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이해하는 것이 세대 간 소통의 첫걸음일 수 있으니까요.